11월..가을이 깊어가는 달이죠..
모두가 시인이 되고 예술가가 되는 가을인지라 저도 마음이 동해서 모처럼 빛고을국악전수관에 가게 되었습니다.
광주에 있는 서구 빛고을국악전수관은 2003년부터 매주 목요일에 상설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.
약 150여석의 아담한 공간에서 상설공연외에도 다양한 국악관련공연이 진행되며, 국악강습도 함께 하고 있는 곳입니다.
오늘의 공연은 '조수희-대금독주회'였습니다.
정악은 산조에 비해 약간 무거운 느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, 조금 걱정입니다.. 괜히 객석에서 꾸벅꾸벅 졸지나 않을지 싶어서요..^^;
사극드라마나 영화에서 듣는게 고작이여서, 직접 듣기는 이번이 처음이여서 무척 궁금해지더군요.
공연전에 장용수 학예연구사께서 연주를 해주신 조수희씨에 대한 소개와 간략한 연주내용을 설명해주셨습니다.
인상도 포근하고 말씀도 잘하시더라고요.^^
장용수 연구사는, 대금에는 정악과 산조가 있는데, 산조에 비해 정악은 대금의 크기가 더 커서 불어넣는 숨이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.
그래서 오늘 연주되는 정악 대금은 한시간만 연주해도 무척 힘이 든다며 조수희씨의 공연에 격려를 해주셨습니다.
또, 본래 이런 국악연주는 마이크없이 해야 되는데 청중들이 많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부득이하게 사용하게 됐다며 양해를 구하셨습니다.
오늘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5마당으로 구성되어네요.
이제 공연이 시작됩니다.
첫 마당은 경풍년과 수룡음이라는 반주음악입니다.
<경풍년(慶豊年)>
<수룡음(水龍吟)>
경풍년의 한자를 보니까 -풍연을 기뻐하고 축하한다- 좋은 일에 자주 사용되었던 곡인가 봅니다.
(지극히 개인적은 생각입니다.^^;)
개인적으로 국악은 화창한 오후면 오후인대로, 달 뜨는 밤이면 밤인대로.. 언제 어디서나 연주를 해도 다 잘 어울리는듯한
느낌입니다만...
그래도 왠지 대금은 달빛아래에서 감상하는데 제격인 듯 합니다.
두번째 마당은 가곡이었습니다.
공연안내 책자에는 가곡 중에서도 언락(言樂)과 편락(編樂)에 대해 간략히 설명이 되어 있지만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.
(국악에 관련한 지식이 전혀 없으니 당연하지요..)
시조시를 5장형식으로 맞추어 부르는 남창가곡이라고 합니다.
<남창가곡 - 언락>
가곡을 불러주신 분은 중요무형문화재 대금정악 보유자이신 조창훈 명인이십니다.
가곡은 쉽게 접해보지 못한대다 그 곡의 내용을 잘 몰라서 쉽게 감상하기가 어려웠습니다.
어떤분들은 이 남창가곡이야말로 멋진 곡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..전 그 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.
간들어진 기교같은게 없어서 시원시원한 느낌이 든다는 정도...
검색을 해보니 임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가곡이라고 하는군요..
국악카페인 '얼씨구! 국악세상'에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.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거예요.
너무 잘 설명을 해주셨어요..풀이도 재미있고.. [ '얼씨구! 국악세상' 바로가기 ]
세번째 마당은 조창훈 명인의 단소연주입니다.
대금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습니다.^^
<단소- 평조회상 中 상령산)
조창훈 명인의 심후한 내공 때문일까요? 평소 들었던 단소 소리와는 다르게 들렸습니다.
뭐랄까.. 한결 여유롭게 연주하시는 듯 해서 참 편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.
여러분도 눈을 감고 한 번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.^^
네번째 마당은 조수희씨의 청성곡이라는 연주입니다.
개인적으로 단소와 함께 참 듣기 좋았던 곡이였습니다.
<청성곡(淸聲曲)>
왠지 많이 들었던 가락처럼 느껴지더군요. ^^
달밤을 배경으로 해서 사극에서 많이 들었던 것 같았습니다. 매우 익숙하더라고요.
장용수 학예연구사께서 대금의 백미가 이 청성곡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.
정말 맑은 곡조의 연주였습니다.
마지막 마당은 관악협주곡이였습니다.
국악의 협주는 악기마다의 특색들을 잘 조합해놓아서 참 듣기가 좋습니다.
<함녕지곡(咸寧之曲)>
이번 연주에는 피리의 소리가 두드러진 듯 한 합주였습니다.
피리의 날카로움을 대금이 감싸안은 느낌이랄까요..
피리와 대금의 연주소리에 해금과 장구가 음색을 조율하는 것 같았습니다.
조율... 이게 국악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. 낮고 굵은 음은 높고 가벼운 걸로 중화시키는...
개인적으로 장구 대신에 북이 함께 한다면 색다른 연주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습니다.^^
마지막 연주를 마치고 조수희씨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러 무대에 나왔습니다.
오늘 무대에서 멋진 가락을 들려주신 분들게 박수를 보냅니다. 너무 멋진 무대였습니다.^^
깊어가는 가을입니다.
고즈넉한 고택을 상상하면서, 열린 창 넘어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달과 함께 대금가락을 함께 하는 상상을 하면서...
맑고 단정하게 가을밤을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요?^^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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